책을 덮고 나서 다음 책으로 손이 가지 않고 노트부터 찾게 될 때가 있습니다. 감상을 남기려는 게 아닙니다. 내 글을 쓰고 싶어서입니다.
독자들은 이야기가 끝난 뒤의 허전함을 책 후유증이라고 부릅니다. 이 감정은 그 후유증의 생산적인 사촌쯤 됩니다. 인물과 헤어지는 아쉬움보다 문장 자체가 끌어당기는 힘이 더 큽니다. 누군가 단어만으로 이런 세계를 지었다면 나도 지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충동을 모른 척해 본 적이 있다면 이 글이 맞습니다. 여기 소개하는 열두 권은 독자를 펜 앞으로 데려간 책들입니다. 작법서와 회고록이 있고, 글 쓰는 사람이 나오는 소설도 있습니다. 기술을 다루는 책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은 용기에 관한 책입니다.
읽다 보면 쓰고 싶어지는 이유
작가는 거의 다 독자로 출발합니다. 읽는 일과 쓰는 일은 서로를 키우고, 둘 사이의 거리는 생각보다 가깝습니다.
가까이 읽다 보면 선택이 보입니다. 작가는 왜 그 디테일로 시작했을까, 문단은 왜 하필 여기서 끊길까. 선택이 보이면 다르게 선택하는 나를 상상하게 되고, 그게 작가의 귀가 열리는 시작입니다.
질투도 한몫합니다. 쓸모 있는 종류의 질투입니다. 문장 하나가 너무 잘 꽂혀서 세 번을 다시 읽다가 문득 이렇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올라옵니다. 아직 잘 쓸 필요는 없습니다. 쓰고 싶다는 마음이면 충분합니다.
아래 책들은 바로 그 마음을 건드립니다. 시작의 부담을 덜어 주는 책이 있고, 도구를 쥐여 주는 책이 있습니다. 글에 기대어 사는 삶을 보여 주고 선택은 독자에게 맡기는 책도 있습니다.
허락해 주는 책: 시작이 덜 무서워집니다
초보 작가의 가장 큰 장애물은 재능이 아닙니다. 못 쓸까 봐 겁나는 마음입니다. 첫 네 권은 그 겁에 곧장 말을 겁니다.
Bird by Bird(1994, Anne Lamott)의 제목은 작가의 아버지 이야기에서 왔습니다. 열 살이던 오빠는 새에 관한 보고서를 석 달째 미루다가 마감 직전에 부엌 식탁에서 막막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아버지가 어깨를 감싸며 한 마리씩, 한 마리씩 하면 된다고 말해 줍니다. 책의 방법론이 이 한 장면에 다 들어 있습니다. 눈앞의 작은 일 하나만 하라는 것입니다. Lamott은 ‘엉터리 초고’를 옹호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좋은 글은 전부 엉터리 초고에서 시작한다는 주장입니다. 완벽주의 때문에 첫 줄을 못 쓰고 있다면 이 책부터 읽으세요.
Big Magic(2015, Elizabeth Gilbert)은 《Eat, Pray, Love》의 작가가 쓴 책으로, 작법서보다는 응원에 가깝습니다. 두려움에 휘둘리지 않고 창작하며 사는 법을 이야기합니다. Gilbert는 아이디어를 인간을 찾아와 함께할 파트너를 구하는 존재처럼 그리는데, 글자 그대로 받아들여도 비유로 읽어도 됩니다.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습니다. 예술을 하려고 고통받을 필요도, 직장을 그만둘 필요도 없다는 것입니다. 다정하고 약간 능청스러운 책이어서, 이미 늦었다거나 진지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 때 효과가 좋습니다.
The Artist’s Way(1992, Julia Cameron)는 두 가지 실천 위에 서 있습니다. 하나는 모닝 페이지입니다. 매일 아침 눈뜨자마자 손으로 세 쪽을 쓰되 고치지 않고 누구에게도 보여 주지 않습니다. 다른 하나는 일주일에 한 번 혼자 나서는 아티스트 데이트로, 바닥난 상상력을 채우는 시간입니다. 12주 과정으로 짜여 있어서 열렬한 팬이 많습니다. 영성에 가까운 어조가 부담스럽다는 독자도 있습니다. 그래도 모닝 페이지는 글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Writing Down the Bones(1986, Natalie Goldberg)는 저자가 글쓰기 워크숍을 가르치고 선(禪)을 수행한 세월에서 나왔습니다. 핵심은 ‘글쓰기 연습’입니다. 타이머를 맞추고 손을 멈추지 않으며, 쓰는 동안은 평가하지 않습니다. 챕터가 두세 쪽으로 짧아서 커피를 마시며 한 편 읽고 바로 쓸 수 있습니다. 시간이 십 분뿐일 때 가장 펼치기 쉬운 책입니다.
도구 상자: 작법을 가르쳐 주는 책
두려움을 넘기고 나면 어떻게 쓰는지가 궁금해집니다. 다음 세 권이 거기에 답합니다.
On Writing: A Memoir of the Craft(2000, Stephen King)는 반은 자서전이고 반은 워크숍입니다. 앞부분에는 어린 시절과 초기의 거절, 술에 빠져 지낸 시기가 나옵니다. 뒷부분에서는 작가의 도구 상자라는 이미지로 조언을 풉니다. 맨 위 칸에 어휘를, 그 아래에 문법을 두는 식입니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한다는 말도 에두르지 않습니다. 1999년에 목숨을 잃을 뻔한 사고와, 글로 돌아가면서 회복한 과정도 적혀 있습니다. 이 목록에서 가장 많이 추천받는 이유가 있습니다. 실용적이고 웃기며 자기 의견을 숨기지 않습니다.
Zen in the Art of Writing(1990, Ray Bradbury)은 창작하는 삶을 다룬 에세이를 모은 책입니다. 시와 에세이, 소설을 매일 마음에 먹이라고 하고, 두려움 대신 열정으로 쓰라고 합니다. 가장 유명한 일화는 《Fahrenheit 451》 초고를 UCLA Powell 도서관 지하에서 반 시간 단위로 요금을 내고 빌린 타자기로 썼다는 이야기입니다. 짧고 들뜬 책이며 전염성이 강합니다. 덮자마자 오늘 밤 이야기 하나를 쓰고 싶어집니다.
Several Short Sentences About Writing(2012, Verlyn Klinkenborg)은 조용하고 엄격한 쪽입니다. 《The New York Times》에서 오래 일한 Klinkenborg는 짧은 문단과 한 줄짜리 항목으로, 시범을 보이며 가르칩니다. 나쁜 문장은 대개 자기 문장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데서 나온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포근한 기분은 들지 않습니다. 대신 보내려던 이메일을 고쳐 쓰게 됩니다.
글 쓰는 삶: 말로 사는 사람들의 기록
다음 세 권은 단어를 중심으로 삶을 꾸린다는 게 어떤 일인지 다룹니다. 이 목록에서 가장 문학적이고, 아마 다시 펼치게 될 책들입니다.
The Writing Life(1989, Annie Dillard)의 저자는 《Pilgrim at Tinker Creek》으로 퓰리처상을 받았습니다. 작가의 하루를 선명하고 낯선 성찰로 담은 얇은 책입니다. 글쓰기는 까다롭고 고독하고 조금은 터무니없는 일인데, Dillard는 한 쪽 한 쪽에 값을 치른 사람의 집중력으로 이를 씁니다. “How we spend our days is, of course, how we spend our lives.”라는 문장은 많은 독자가 플래너에 옮겨 적습니다. 글쓰기를 진지하게 대하고 싶을 때 읽으세요.
A Room of One’s Own(1929, Virginia Woolf)은 1928년 Woolf가 케임브리지 여자 대학 두 곳에서 한 강연 두 편에서 나왔습니다. 여성이 소설을 쓰려면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그 과정에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상상 속 누이 주디스 셰익스피어가 등장합니다. 같은 재능을 타고났지만 기회는 하나도 갖지 못한 인물입니다. 에세이인데도 소설처럼 흐르고, 예술이 가능해지는 조건을 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글을 쓰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궁금했다면 여기서 시작하세요.
Letters to a Young Poet(1929, 1903~1908년에 쓴 편지를 엮음, Rainer Maria Rilke)은 젊은 군사학교 생도 Franz Xaver Kappus에게 보낸 편지 열 통을 모았습니다. Kappus는 자기 시에 대한 조언을 구하려고 Rilke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Rilke의 대답은 처음부터 끝까지 같습니다. 인정받으려 하지 말고, 쓰지 않고는 못 견디겠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는 것입니다. 아주 작고 다정한 책입니다. 내가 왜 쓰고 싶은지 큰 질문을 붙들고 있는 독자에게 맞습니다.
소설이 설득할 때
작법서가 없어도 충동은 옵니다. 인물이 대신 해 주기도 합니다.
Little Women(1868, Louisa May Alcott)은 여러 세대 소녀들에게 작가라는 존재의 첫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조 마치는 다락방에서 선정적인 이야기를 휘갈기고, 신문에 글을 팔고, 가족이 딴짓이라고 걱정해도 글쓰기가 일이라고 맞섭니다. 동생 에이미가 화가 나서 원고를 태워 버리는 장면에서 조가 느끼는 상실감은 이 책에서 가장 솔직한 대목입니다. 처음 쓴 이야기를 거슬러 올라가면 조에게 닿는 독자가 많습니다.
Fangirl(2013, Rainbow Rowell)의 주인공 Cath Avery는 대학 신입생이고, Simon Snow 팬픽 작가로는 엄청난 인기를 누리지만 나머지 모든 일이 두렵습니다. 소설 수업에서 창작물을 내라고 하자 Cath는 자기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는지 마주해야 합니다. 팬픽으로 글쓰기를 시작했거나 그런 친구가 있다면, 그 경로를 당당한 출발로 대접해 주는 책입니다. 글로 드러나는 일이 무섭다는 마음에 보내는 연서이기도 합니다.
충동을 한 쪽의 글로 바꾸는 법
쓰고 싶다는 마음은 생각보다 빨리 식습니다. 식기 전에 붙잡는 방법이 있습니다.
작게 시작하고, 우스울 만큼 쉽게 만드세요. 십 분, 타이머, 한 쪽이면 됩니다. Goldberg와 Cameron이 모두 이 방식 위에 방법론을 세웠고, Lamott의 한 마리씩 접근도 같은 생각에 더 좋은 이야기를 붙인 것입니다.
책의 여운이 남아 있을 때 쓰세요. 좋은 책을 끝낸 직후가 귀가 가장 열려 있는 때입니다. 좋아하는 문단을 손으로 베껴 쓴 다음 같은 리듬으로 내 문단을 써 보세요. 오래된 연습이지만 효과가 있습니다.
마음이 움직인 대목을 기록해 두세요. 무엇이 좋았는지 한 줄씩 적은 독서 기록은 시간이 지나면 나만의 글쓰기 수업이 됩니다. 좋아하는 책 세 권이 모두 장면 한가운데서 시작한다는 걸 알아채면 어떤 교본도 못 가르쳐 주는 것을 배운 셈입니다.
준비되었다는 느낌을 기다리지 마세요. 이 목록의 저자들도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열두 권 모두 어쨌든 시작한 사람의 이야기이고, 대부분은 서툴게 시작했다고 털어놓습니다.
글을 쓰고 싶게 만든 책과 마음에 남은 문장을 Bookdot에 기록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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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 글쓰기를 시작하고 싶게 만드는 책으로 무엇이 좋을까요?
- Stephen King의 《On Writing》, Anne Lamott의 《Bird by Bird》, Elizabeth Gilbert의 《Big Magic》이 가장 자주 추천됩니다. 세 권 모두 작법 조언에 '처음엔 못 써도 괜찮다'는 허락을 함께 담았습니다. 가볍게 시작하고 싶다면 Natalie Goldberg의 《Writing Down the Bones》와 Ray Bradbury의 《Zen in the Art of Writing》이 짧아서 부담이 없습니다.
- 글쓰기 책이 아니라 소설을 읽어도 글을 쓰고 싶어질까요?
- 자주 그렇습니다. Louisa May Alcott의 《Little Women》에서는 조 마치가 다락방에서 글을 쓰고, Rainbow Rowell의 《Fangirl》에서는 팬픽을 쓰던 대학생 캐스가 자기만의 목소리를 찾아야 합니다. 인물이 글쓰기를 진짜 일로 대하는 모습을 보면 작법서 한 챕터보다 마음이 더 움직이기도 합니다.
- 글을 한 번도 써본 적 없다면 어떤 책부터 읽어야 하나요?
- Anne Lamott의 《Bird by Bird》나 Julia Cameron의 《The Artist's Way》부터 읽어보세요. Lamott은 엉망인 초고를 견디는 법을, Cameron은 매일 아침 쓰는 모닝 페이지라는 습관을 알려줍니다. 두 권 모두 두려움을 안고 시작하는 초보자를 염두에 두고 쓴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