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시리즈를 읽을 때와 독립 소설을 읽을 때는 결이 다르다. 독립 소설은 마지막 장을 덮으면 그걸로 끝이지만, 잘 만들어진 시리즈는 1권을 끝내는 순간 손이 저절로 2권으로 간다. 읽은 캐릭터들이 다음 권에서도 등장한다. 세계관은 권을 거듭할수록 촘촘해지며 커플 한 쌍이 해피엔딩을 맞을 때마다 또 다른 커플이 기다린다.
이 목록은 그런 시리즈들을 모았다. 각권이 완결성을 가지면서도 다음 권으로 당겨지는 구조, 애착 가는 조연들이 주인공으로 돌아오는 서사, 독자가 기꺼이 주말을 헌납하게 만드는 흡인력. 장르별로 골고루 담았으니 취향에 맞게 골라보자.
오프캠퍼스 시리즈 — 엘 케네디 (4권)
현세대 북톡(BookTok)이 현대 대학 로맨스의 기준점으로 꼽는 시리즈다. 브라이어 대학교 아이스하키팀 선수 네 명—개럿, 로건, 딘, 터커—이 각권의 주인공이 되고, 이들 주변 여성들과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얽히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1권 The Deal은 프리메드 학생 해나와 팀 주장 개럿의 이야기다. 과외를 구실로 가까워지는 설정이지만, 케네디는 두 사람의 거리가 좁혀지는 과정에 납득할 만한 근거를 쌓아가며 쓴다. 해나가 개럿을 다르게 보기 시작하는 장면, 개럿이 처음으로 방어막을 내리는 순간들이 뜬금없지 않다. 그게 이 시리즈의 힘이다.
하지만 진짜 매력은 로맨스 바깥에 있다. 네 선수 사이의 우정—격없이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지켜주는 관계—이 연애 관계만큼 공들여 쓰여 있다. 독자들이 이 세계로 반복해서 돌아오는 건 이 우정 때문이기도 하다. 팬들 사이에서 특히 높은 평가를 받는 건 3권 The Score로, 딘이 주인공인 이 권은 로맨스 장르 전체를 놓고 봐도 손꼽히는 재미다.
4권 완결, 전권 발매 완료. 같은 세계관을 이어가는 오프시즌(Off-Season) 시리즈도 있어 완주 후 바로 이어 읽을 수 있다.
정주행 예상 기간: 여유 있게 읽으면 3~4일. 주말 내내 책 앞에 앉아 있을 수 있다면 이틀이면 넘어간다.
월플라워 시리즈 — 리사 클레이파스 (4권)
빅토리아 시대 영국을 배경으로 한 역사 로맨스 시리즈다. 사교 시즌에서 번번이 벽에 붙어 있던 여성 네 명이 서로 연대하고,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운명적인 남성을 만난다.
1권 Secrets of a Summer Night은 가장 전통적인 구도이지만, 시리즈는 3권 The Devil in Winter에서 정점에 달한다. 2권에서 악역으로 등장했던 세바스찬 경—전권 주인공을 납치하려 했던 인물—이 이 권의 남자 주인공이다. 구제받기 어려운 인물을 설득력 있게 변화시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독자라면, 클레이파스가 여기서 무얼 해내는지 보면 감탄이 나온다. 에비 재너—수줍음이 많고 말도 잘 못 하지만 내면이 단단한 여성—와 세바스찬의 관계는 역사 로맨스 전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커플 중 하나다.
클레이파스가 조연을 소홀히 대하지 않는다는 것도 이 시리즈의 미덕이다. 네 월플라워가 진짜 친구처럼 읽히는 건 작가가 각자의 목소리와 배경을 따로 공들여 썼기 때문이다. 4권을 다 읽고 나면 처음부터 다시 읽고 싶어진다.
정주행 예상 기간: 문장이 풍부하고 챕터가 긴 편이라 저녁마다 한 권씩 읽으면 5일이면 완독. 급하게 읽기보다 천천히 음미하는 시리즈다.
피버 시리즈 — 캐런 마리 모닝 (5권)
장르 분류상 파라노멀 로맨스지만, 읽다 보면 스릴러에 가깝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아일랜드 더블린이 배경인데, 인간 세계에 페이(Fae)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두 세계의 경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 맥카일라 레인은 언니의 살해 사건을 쫓아 더블린에 오고, 그곳에서 제리코 배런스라는 정체불명의 희귀본 서적상을 만난다.
배런스는 안전한 인물이 아니다. 위험하고 자주 적대적이며 도덕적으로 기준이 불분명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맥에게 마음이 쏠린다. 모닝은 맥이 배런스에게 끌리는 감정과 그 감정에 저항하는 이성을 동시에 설득력 있게 쓴다. 두 사람 사이의 긴장감은 시리즈 내내 서서히 쌓이다가 특정 순간에 터진다. 그 순간이 언제인지는 읽어봐야 안다.
Darkfever, Bloodfever, Faefever, Dreamfever, Shadowfever—5권은 독립적으로 읽을 수 없는 구조다. 정보가 누적되고 위기가 고조되는 방식이 5권 전체를 하나의 긴 이야기처럼 기능하게 만든다. 목요일 저녁에 시작하면 월요일 전에 끝내는 독자가 많다.
정주행 예상 기간: 집중하면 4일이면 5권 완독 가능. 이 시리즈 자체가 그 속도로 읽히도록 설계된 것 같다.
블러드 앤 애쉬 시리즈 — 제니퍼 L. 아르멘트라우트 (4권+)
국내에도 팬층이 두꺼운 로맨타지 시리즈다. 아르멘트라우트는 페이스 조절에 탁월한 작가인데, 각권 말미는 어김없이 다음 권을 안 읽을 수 없게끔 끝난다. 주인공 파피와 호크의 관계는 1권에서 느리게 달아오르다가 이후 완전히 다른 강도로 전환된다.
설정은 신들, 어센디드, 금기로 가득 찬 왕국이다. 파피는 신에게 봉헌된 여성으로, 다른 사람과의 접촉 자체가 금지된 채 살아왔다. 호크는 파피의 경호원이지만 밝혀지지 않은 정체가 있다. 두 사람의 관계는 금기와 신뢰와 반전이 겹겹이 쌓이면서 전개되는데 각 권이 끝날 때마다 독자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뒤집힌다.
성인 소설이며, 로맨타지 시리즈 중에서도 감정선과 긴장감을 동시에 잘 살린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본편 4권 외에 프리퀄 시리즈도 있어 완독 후 이어서 읽을 수 있다.
정주행 예상 기간: 본편 4권에 일주일 정도. 두 주말에 걸쳐 읽어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트위스티드 시리즈 — 아나 황 (4권)
현대 다크 로맨스를 주류로 끌어올린 시리즈 중 하나다. Twisted Love, Twisted Games, Twisted Hate, Twisted Lies—네 권 모두 천 씨 남매 혹은 그 주변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부와 야망과 감정적 상처가 교차하는 관계를 다룬다.
1권 Twisted Love는 오빠의 절친한 친구와 금지된 감정을 키워가는 이야기다. 상대인 조시는 겉으로는 냉정하고 위압적이지만, 아바에게는 이상하리만큼 집착하는 면이 있다. 이 집착이 불편한 영역으로 넘어가지 않고 로맨스의 긴장감으로 유지되는 게 이 시리즈의 균형이다.
4권 모두 완결 상태이며, 각권이 다른 커플을 다루면서도 이전 커플들이 조연으로 계속 등장한다. 한 권을 읽고 나면 전권의 커플들이 이 새 이야기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확인하고 싶어 저절로 다음 권으로 손이 간다.
정주행 예상 기간: 집중하면 4~5일이면 전권 완독 가능. 긴 연휴가 있다면 딱 맞는 시리즈다.
브라운 시스터즈 시리즈 — 탈리아 히버트 (3권)
따뜻하고 기분 좋은 감정을 원할 때 손이 가는 시리즈다. Get a Life, Chloe Brown, Take a Hint, Dani Brown, Act Your Age, Eve Brown—세 권이 브라운 집안 세 자매의 이야기를 각각 담는다.
히버트가 이 시리즈에서 해내는 것 중 가장 인상적인 건 캐릭터의 내면을 정직하게 쓴다는 태도다. 클로이는 섬유근육통 환자다. 소설은 그 사실을 사랑으로 치유되어야 하는 결핍으로 다루지 않는다. 만성 통증과 함께 살아가면서도 자기 삶을 되찾으려는 클로이의 과정이 그 자체로 이야기의 중심이다. 다니의 불안과 거리 두기 전략도, 이브의 크고 요란한 에너지도 각자 살아있는 사람으로 느껴진다. 주인공들의 상처나 특성이 러브 인터레스트가 ‘해결해주는’ 이야기가 아니다.
러브 인터레스트들도 전형적이지 않다. 레드포드 모건의 묵묵하고 세심한 다정함—그럼피 선샤인 구도를 제대로 구현한 버전—은 이 시리즈가 계속 회자되는 이유 중 하나다.
3권, 3자매, 3가지 다른 관계 역학. 3일짜리 주말 정주행에 딱 맞는 분량이다.
정주행 예상 기간: 저녁 독서 기준 하루에 한 권. 3일이면 시리즈 완주.
그 외 주목할 시리즈
브리저튼 시리즈 — 줄리아 퀸 (8권): 브리저튼 남매 여덟 명이 한 권씩 주인공이 되는 역사 로맨스다. 넷플릭스 드라마로 먼저 알게 된 독자도 많겠지만, 원작 소설은 드라마보다 훨씬 많은 걸 담고 있다.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권은 2권 The Viscount Who Loved Me와 3권 An Offer from a Gentleman이다. 8권 완주에는 보통 2주 정도 필요하다.
드림랜드 빌리어네어즈 시리즈 — 로렌 애셔 (3권): The Fine Print, Terms and Conditions, Final Offer 세 권이 형제 세 명의 이야기를 담는다. 위에 소개한 시리즈보다 최근작이고 분량도 비교적 짧아 긴 주말이면 전권 읽기가 무리 없다.
정주행 중에는 기록을 남겨두자
로맨스 시리즈를 빠르게 읽다 보면 어느 순간 헷갈리는 부분이 생긴다. 어떤 커플이 몇 권에 등장했는지, 조연 중 누가 다음 권의 주인공인지, 각권 읽고 나서 내 평점이 어땠는지.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려 할 때 세부 내용이 뭉개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읽는 동안 바로 기록해두면 이런 상황을 막을 수 있다. Bookdot은 시리즈 단위로 도서를 정리해 각권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트래킹하고 시리즈 완주 후 다음에 읽을 책도 바로 찾아볼 수 있다. 주말 동안 5~6권을 읽어치우고 다음 정주행 대상을 곧바로 찾아야 하는 독자에게 딱 맞는 기능들이다.
이번 주말 정주행 시작할 준비가 됐다면? 읽은 책, 시리즈 진행 상황, 별점을 한 곳에서 관리하는 Bookdot으로 독서를 시작해보자.
관련 글
자주 묻는 질문
- 로맨스 시리즈 정주행에 적합한 조건이 뭔가요?
- 각권이 새 커플을 주인공으로 하면서도 이전 커플들이 조연으로 등장하는 구조, 각권 말미에서 다음 권이 당겨지는 서사, 300~400페이지 안팎의 분량이 핵심이다. 전권 완결 상태인지도 확인하는 게 좋다—다음 권을 기다려야 하는 고통을 피할 수 있다.
- 주말 동안 로맨스 소설 몇 권이나 읽을 수 있나요?
- 대부분 로맨스 소설은 300~400페이지 분량으로, 집중해서 읽으면 3일 주말 동안 2~3권을 완독할 수 있다. 분량이 짧은 시리즈라면 4권도 가능하다. 처음 정주행을 시도한다면 브라운 시스터즈 시리즈(3권)처럼 부담 없는 분량으로 시작하는 걸 추천한다.
- 로맨스 시리즈 정주행을 처음 시도한다면 어느 작품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 엘 케네디의 오프캠퍼스 시리즈 1권 The Deal이 좋은 출발점이다. 현대 대학 캠퍼스 배경에 유머가 넘치고, 4권 모두 완결된 상태라 기다림 없이 전부 읽을 수 있다. 역사 로맨스를 선호한다면 리사 클레이파스의 월플라워 시리즈, 따뜻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탈리아 히버트의 브라운 시스터즈 시리즈가 잘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