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밤새워 읽은 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무에게나 “아스트로파지가 뭔지 아세요?”라고 말하고 싶어진 경험을 한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앤디 위어의 헤일 메리 프로젝트(2021)는 읽는 내내 과학 수업을 들으면서 감동적인 우정 영화를 보는 기분이다. 기억을 잃은 채 우주선에서 깨어난 중학교 과학 교사 라일랜드 그레이스, 그리고 메탄을 마시며 음파로 대화하는 외계 생명체 로키와의 만남. 두 존재가 서로의 언어도, 생물학도, 감각 체계도 공유하지 않으면서 조금씩 서로를 이해해가는 장면은 SF가 주는 가장 따뜻한 감동 중 하나다.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가 셋이다. 과학 자체가 서사의 엔진이다. 매 챕터마다 새로운 물리·화학·생물학 문제가 등장하고 독자는 주인공과 함께 그 답을 찾는다. 극한 상황에서도 유머가 살아 있다. 그레이스의 내레이션은 혼자 지구 멸망을 막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그리고 절망을 거부하는 낙관주의. 어둡고 절박한 설정임에도 이 소설은 끝까지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 목록은 그 세 가지 요소 각각을 충족하는 책들로 구성했다.
문제를 푸는 쾌감, 과학이 선물처럼 느껴질 때
마션(2011) — 앤디 위어
같은 작가의 전작이자 헤일 메리 프로젝트의 원형이다. 화성에 홀로 남겨진 식물학자 겸 기계공학자 마크 와트니가 제한된 자원으로 살아남는 이야기로, 구조는 단순하지만 내용은 치밀하다. 와트니가 화성 토양에서 감자를 기르고 로켓 연료로 물을 만들고 통신 방법을 고안하는 과정은 헤일 메리에서 그레이스가 아스트로파지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과 정확히 같은 쾌감을 준다. 내레이션의 목소리도 거의 동일하다. 지구 멸망의 위기 대신 한 사람의 생존을 다루지만, 그 사람이 과학을 믿고 과학으로 살아남는다는 점에서 두 소설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다.
어린이의 시간(2015) — 에이드리언 체이콥스키
아서 C. 클라크 상 수상작으로, 두 개의 서사가 교차한다. 하나는 죽어가는 지구를 떠나는 인류의 마지막 세대, 다른 하나는 테라포밍된 행성에서 수천 년에 걸쳐 문명을 발전시키는 거미 종족의 이야기다. 체이콥스키는 거미라는 생물학적으로 전혀 다른 존재의 의식을 설득력 있게 구현하는데 그 방식이 위어가 로키를 표현하는 방식과 닮았다. 인간과 완전히 다른 지성체가 각자의 방식으로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이 소설의 핵심 재미다.
불가능한 거리를 넘는 우정
작고 분노에 찬 행성으로 가는 먼 길(2014) — 베키 체임버스
우주선 웨이파러의 승무원들이 은하 핵 방향으로 하이퍼스페이스 통로를 뚫는 임무를 맡으며 함께 지내는 이야기다. 거대한 플롯이나 긴박한 위기는 없다. 그 대신 인간과 이종족 승무원들이 좁은 공간에서 서로의 문화와 생물학적 차이를 이해하며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다. 로키와 그레이스의 관계에서 느꼈던 것,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와 천천히 서로를 알아가는 따뜻함이 이 소설 전체를 관통한다.
기억을 부르는 제국(2019) — 아르카디 마르틴
휴고상 수상작이다. 소규모 광산 정거장의 새 대사 마히트 드즈마레가 거대한 텍스칼란 제국의 수도에 도착해 전임자의 의문사를 조사하는 이야기다. 정치 미스터리이자 문화 충돌 소설이면서 동시에 다른 세계에 홀로 던져진 사람이 주변을 읽고 판단하며 살아남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마히트가 낯선 문명의 논리를 파악해가는 과정은 그레이스가 로키의 음파 언어를 해독하는 장면과 같은 쾌감을 준다. 제국의 문화는 충분히 낯설어서 외계 문명을 접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웃으면서 살아남는 목소리
머더봇 다이어리: 모든 시스템 레드(2017) — 마사 웰스
머더봇은 절반은 기계, 절반은 복제 유기체인 보안 유닛이다. 자신의 통제 모듈을 해킹해 명령에서 자유로워졌지만 그 자유를 주로 SF 드라마 시청에 사용한다. 담당 탐사팀이 위험에 처하자 어쩔 수 없이 구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데 이게 꽤 곤란하다. 웰스는 머더봇의 1인칭 내레이션을 그레이스와 같은 방식으로 쓴다. 감정이 깊지만 그것을 인정하기 싫고 극도로 유능하지만 사회적 상호작용은 피하고 싶어하며 결국 보호하고 싶지 않다고 했던 사람들을 목숨 걸고 구하는 인물. 시리즈 각 권이 짧아서 시작하기 쉽고 시작하면 멈추기 어렵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1979) — 더글러스 애덤스
아서 덴트는 지구가 하이퍼스페이스 우회도로 건설 때문에 철거되기 직전에 구출된다. 이후 펼쳐지는 것은 체계적으로 혼돈스러운 우주 여행으로, 헤일 메리 프로젝트에서 느꼈던 유머의 원형에 가깝다. 위어의 낙관주의가 ‘유능함이 승리한다’는 믿음에서 나온다면 애덤스의 낙관주의는 ‘우주가 이렇게 터무니없이 이상한데 웃지 않고 어떻게 살겠느냐’는 체념에서 나온다. 두 태도 모두 결국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기억과 정체성, 천천히 드러나는 구조
재귀(2019) — 블레이크 크라우치
기억 조작이라는 설정을 사용하지만 그 결과물은 헤일 메리의 기억 상실 구조와 같은 독서 경험을 준다. 형사 배리 서튼은 살아본 적 없는 삶의 기억을 갖게 되는 ‘거짓 기억 증후군’ 환자들을 조사한다. 신경과학자 헬레나 스미스는 기억을 저장하고 되돌리는 장치를 개발 중이다. 두 이야기가 만나면서 현실의 구조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크라우치는 챕터를 멈추기 어렵게 끝낸다. 내러티브의 추진력이 헤일 메리와 같다. 과학 개념을 명확하게 설명하면서도 그 논리가 서사의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다크 매터(2016) — 블레이크 크라우치
물리학자 제이슨 데슨이 납치된 후 자신이 다른 선택을 했을 경우의 삶에서 깨어나는 이야기다. 다중 우주를 배경으로 한 추격전으로, 양자역학을 일상 언어로 풀어내는 방식이 위어가 아스트로파지를 설명하는 방식과 닮았다. 재귀가 구조적으로 더 치밀하다면 다크 매터는 더 빠른 속도로 달린다. 두 작품 다 읽고 싶다면 재귀를 먼저 읽기를 권한다.
처음 접촉의 순간, 세계가 다시 커지다
삼체(2008, 번역 2014) — 류자신
헤일 메리 프로젝트의 전제, 즉 지구 외부에 지성이 존재하며 그 접촉이 인류의 존망을 결정한다는 이야기를 가장 큰 스케일로 다룬다. 문화대혁명 시기 중국에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수십 년에 걸친 사건을 교차시키며 삼성계 문명의 논리를 천천히 드러낸다. 로키가 따뜻하고 협력적인 외계 존재라면 삼체에 등장하는 외계 문명은 전혀 다른 논리로 작동한다. 위어의 낙관주의와 반대 방향에 있는 소설이지만 헤일 메리를 읽고 나서 ‘만약 외계 지성이 친화적이지 않다면?‘이라는 질문을 품은 독자에게 가장 정직한 답을 준다.
깨달음의 순간, 과학이 감동이 되는 경험
숨(2019) — 테드 창
헤일 메리에서 아스트로파지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또는 로키와의 첫 소통이 성공하는 순간처럼 과학적 발견이 감정적 타격으로 전환되는 경험을 단편 소설로 반복한다. 테드 창은 하나의 과학적·철학적 전제를 상상하고 그 논리적 결론을 정직하게 따라간다. 표제작 「숨」은 기계 생명체가 자신의 뇌를 직접 해부하며 열역학과 의식의 관계를 탐구한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영화 컨택트의 원작 단편으로, 언어와 시간 지각에 관한 이야기다. 각 작품은 짧아서 30분에서 두 시간이면 읽힌다. 읽고 난 후 뭔가를 이해하게 된 기분이 든다.
헤일 메리 프로젝트처럼 밤새 읽게 만드는 SF, 낙관적인 우주 이야기, 예상치 못한 우정을 담은 소설들을 Bookdot으로 기록하고 관리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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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 헤일 메리 프로젝트 다음에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 같은 작가의 마션을 먼저 읽어보세요. 화성에 홀로 남겨진 마크 와트니가 과학 지식으로 살아남는 이야기로, 헤일 메리와 같은 문제 해결의 쾌감과 유머를 담고 있습니다. 외계 생물과의 우정을 더 깊이 탐구하고 싶다면 베키 체임버스의 작고 분노에 찬 행성으로 가는 먼 길을, 기억 상실을 다루는 구조적 긴장감을 다시 경험하고 싶다면 블레이크 크라우치의 재귀를 추천합니다.
- 헤일 메리 프로젝트는 어려운 하드 SF인가요?
- 헤일 메리는 과학적 정확성을 갖추면서도 그 개념을 독자가 함께 '발견'하는 형태로 풀어냅니다.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앤디 위어가 물리학과 생물학 개념을 주인공이 실시간으로 문제를 푸는 과정으로 서술하기 때문입니다. SF를 평소에 잘 읽지 않는 독자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소설입니다.
- 헤일 메리 프로젝트처럼 낙관적인 SF 소설이 더 있나요?
- 베키 체임버스의 웨이파러 시리즈가 가장 가깝습니다. 작고 분노에 찬 행성으로 가는 먼 길을 시작으로, 이 시리즈는 재난과 공포 대신 서로 다른 존재들이 어떻게 공동체를 이루는지를 탐구합니다. 마사 웰스의 머더봇 다이어리도 어둡지 않고 밝은 톤을 유지하면서 AI 존재의 성장을 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