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읽다가 갑자기 항공권 사이트를 열어본 적 있는가?
이상하고도 반쯤 믿기지 않는 충동이다. 이야기가 끝난 자리에 여전히 그 장소가 남아서, 거기 가보지 않으면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치는 기분이 드는 순간. 여행 에세이가 아니다. 여행 에세이는 “이곳에 가야 한다”고 대놓고 설득한다. 위험한 소설은 다르다. 어느 순간 한 도시나 섬이나 호텔과 사랑에 빠진 자신을 발견하게 만들고, 그제야 그 장소가 실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이 목록은 그런 소설들이다. 이야기가 목적이었는데, 결국 장소를 잊지 못하게 된 소설들.
세 도시의 이탈리아, 세 권의 소설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좋은 소설이 이렇게 많은 건 우연이 아니다. 이탈리아 자체가 오래전부터 작가들을 압도해왔다. 하지만 가장 강렬한 이탈리아 소설들은 관광 책자의 이탈리아와 다르다. 특정 도시의, 특정 시간의, 돌이킬 수 없이 구체적인 이탈리아를 보여준다.
E.M. 포스터의 **『전망 좋은 방』(1908)**이 그 원조격이다. 영국 젊은 여성 루시 허니처치가 사촌과 함께 피렌체를 여행하다 도시에 압도되는 이야기다. 포스터의 피렌체는 감각적이고 제어 불능이다. 아르노 강 위로 쏟아지는 빛, 광장마다 넘치는 대화, 아무 예고 없이 터지는 열정과 폭력. 런던의 예의 바른 삶에서는 허락되지 않던 것들이 피렌체에서는 당연하게 존재한다. 이 소설을 읽은 독자들이 피렌체에 가서 일정 없이 걷고 싶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2011~2014)은 더 날것이다. 페란테가 묘사하는 나폴리는 가난하고 폭력적이고 숨막힌다. 인스타그램 속 나폴리가 아니다. 하지만 바로 그 생경함 때문에 더 잊히지 않는다. 세대를 넘어 모든 가족의 역사를 기억하는 거리, 멀리서도 보이는 베수비오 화산, 손에 닿을 것 같으면서도 막혀 있는 바다. 이 소설을 읽은 독자들은 관광지의 나폴리가 아닌 진짜 나폴리를 보고 싶어진다.
레베카 설의 **『어느 이탈리아의 여름』(2022)**은 반대로 의도적으로 아름답다. 최근에 어머니를 잃은 젊은 여성이 함께 계획했던 포시타노 여행을 혼자 떠난다. 설이 묘사하는 아말피 해안은 실제로 가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디테일로 채워져 있다. 가파른 절벽을 타고 오르는 레몬 농장, 바다 위로 층층이 쌓인 파스텔 색 집들, 사진과 똑같으면서도 사진보다 더 선명한 물빛. 이탈리아가 이야기의 핵심은 아니지만, 이탈리아가 없으면 이 소설은 작동하지 않는다. 2장쯤에서 페리 예약 사이트를 열어보게 될 것이다.
바르셀로나가 당신을 망쳐놓을 것이다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바람의 그림자』(2001)**는 초반부터 타격이 세다. 한 아버지가 이른 새벽에 어린 아들을 깨워 안개 속 바르셀로나를 가로질러 ‘잊혀진 책들의 묘지’라는 비밀 장소로 데려간다. 소년은 한 권을 골라 지켜야 한다. 그가 고른 것은 훌리안 카락스라는 작가의 소설. 그리고 거기서 시작된 이야기가 전쟁 이후 바르셀로나의 수십 년을 지하실과 옥상과 어두운 골목으로 파고들며 펼쳐진다.
사폰이 만들어낸 바르셀로나는 고딕 소설의 분위기와 역사의 무게가 한데 섞인 도시다. 이 소설이 세계적인 현상이 된 건 그 도시의 질감, 즉 아름답고 훼손되었으며 스스로의 과거로 살아 숨쉬는 느낌을 정확히 포착했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사폰의 지도를 머릿속에 담은 채 바르셀로나에 도착해 그가 묘사한 골목과 카페를 찾아다닌다.
소설이 한 도시에 바칠 수 있는 최고의 헌사가 이것이다.
무라카미가 그린 일본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1987, 원제 『노르웨이의 숲』)**는 한국 독자들에게도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는 소설이다. 1960년대 도쿄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학생 기숙사와 재즈바, 정치적 열기로 가득한 캠퍼스, 도시 외곽의 초록 들판에 위치한 요양원까지 일본의 여러 풍경을 아우른다.
이 소설이 강렬한 건 무라카미가 일본을 외국인에게 설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보여준다. 가을 도쿄의 빛, 진지하게 요리하는 작은 식당, 특정 노래가 특정 상실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방식. 그 낯설음과 아름다움이 그대로 전달된다. 많은 독자들이 이 소설을 읽고 나서야 일본에 가고 싶어졌다고 말한다. 관광지의 일본이 아닌, 소설 속 고요하고 사적인 일본으로.
그리스 섬에서 길을 잃다
루이 드 베르니에르의 **『코렐리 대위의 만돌린』(1994)**의 배경은 이오니아 해의 케팔로니아 섬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이탈리아와 독일의 점령 아래 놓인 작은 섬. 하지만 이 소설에서 역사는 배경이고, 섬 자체가 주인공처럼 존재한다. 시간대마다 달라지는 빛, 바다를 향해 뻗어 내려간 올리브 밭, 항구에 정박한 어선들,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만돌린 소리.
드 베르니에르는 섬의 모든 곳을 걷고 또 걸어 기억한 사람처럼 썼다. 소설은 전쟁 소설이자 사랑 이야기이고, 깊이 슬프다. 그런데도 독자들이 책을 덮고 남기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 케팔로니아에 가고 싶다는 기묘하게 구체적인 욕망. 이 소설이 출판된 후 영국 독자들의 케팔로니아 여행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소설 속 장소들이 실재하고, 인물들은 실재하지 않는다. 그 조합이 가장 아름다운 종류의 순례를 만들어낸다.
영국의 음습하고 아름다운 풍경
대프니 듀 모리에의 **『레베카』(1938)**는 맨덜리라는 가상의 저택을 배경으로 하지만, 맨덜리는 매우 구체적으로 영국 콘월에 있다. 절벽, 거기 부딪히는 파도, 짙은 아잘레아 군락, 저택 아래 작은 해변, 오전도 지나지 않아 밀려드는 안개. 콘월에서 자란 듀 모리에는 그 풍경이 진짜로 극적이고 낯설며 결코 길들여진 자연이 아님을 알았고, 그 앎이 소설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소설의 첫 문장—“어젯밤 꿈에서 나는 다시 맨덜리로 돌아갔다”—은 장소와 기억의 관계에 대한 이 소설의 입장을 단박에 알려준다. 맨덜리는 없다. 하지만 콘월의 절벽은 있고, 안개도 있고, 고딕 소설이 소리로 들릴 것 같은 그 독특한 빛도 있다. 독자들은 존재하지 않는 저택을 찾아 콘월로 간다. 거기서, 소설이 말한 그 분위기를 실제로 만난다.
모스크바의 예상 밖 매혹
아모르 토울스의 **『모스크바의 신사』(2016)**는 역설적인 책이다. 주인공이 어디에도 갈 수 없는 이야기인데, 왜 이 소설을 읽으면 모스크바에 가고 싶어질까. 알렉산드르 로스토프 백작은 1922년부터 모스크바의 메트로폴 호텔에 연금되어, 이후 30년을 그 건물 안에서만 산다.
토울스가 로스토프의 좁은 세계를 묘사하는 방식이 워낙 따뜻하고 정밀해서, 그 호텔 식당에서 천천히 식사하고 싶다는 욕망이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메트로폴 호텔은 지금도 영업 중인 실제 건물이다. 테아트랄나야 광장 근처, 크렘린 옆. 이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은 그 호텔의 오래된 사진을 찾아보고, 소설 속 방이 실제 어떤 방인지 추측하고, 1938년 로스토프가 주문했을 식사를 직접 먹어보고 싶어한다. 갇혀 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바깥 세계를 더 가깝게 느끼게 만든다. 이것이 이 소설의 조용하고 탁월한 역설이다.
인도로 당겨지다
아룬다티 로이의 **『작은 것들의 신』(1997, 부커상 수상작)**은 인도 케랄라의 아예메넘이라는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로이의 산문은 말라얄람어로 생각하는 방식으로 영어를 구부려 쓴다. 몬순과 강과 빗속의 냄새, 계절마다 피고 지는 꽃들, 과도한 물과 열기가 만들어내는 케랄라 특유의 짙은 녹색. 풍경 자체가 소설의 입장이다.
로이는 카스트 제도의 폭력과 사회 질서의 잔인함을 그 관능적인 풍경 속에 배치한다. 아름다움과 비극이 같은 땅에서 자란다. 이 소설을 읽기 전까지 케랄라를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던 독자들이, 읽고 난 뒤 그곳의 지도를 찾아보고 배크워터 크루즈 일정을 검색하게 된다.
방향 없는 여행 욕망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1988)**는 이 목록에서 예외다. 특정 장소가 아니라 이동 자체를 사랑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젊은 양치기 산티아고는 안달루시아에서 모로코를 거쳐 이집트로 향한다. 꿈속에서 본 보물을 찾아서. 탕헤르의 재래시장, 끝없이 이어지는 사막, 처음으로 멀리서 바라본 피라미드. 코엘료는 이 장소들을 투명하고 선명하게 그린다.
『연금술사』는 이집트를 특별히 가고 싶게 만드는 소설은 아니다. 어딘가로 가고 싶게 만든다. 익숙한 삶 바깥으로 발을 내디뎌, 평범한 일들이 뜻밖의 의미를 가지게 되는 곳으로. 이 소설이 주는 여행 욕구는 가장 희귀한 종류—목적지가 없는 여행 욕구다. 방향이 아닌 움직임 자체에 대한 갈망.
독서 기록이 여행 지도가 되는 법
이런 소설들을 계속 읽다 보면 자신만의 문학 지도가 쌓인다. 가본 적 없는 도시들의 지형과 빛과 냄새를 알고 있는 기분. 열심한 독자 중엔 소설별로 여행 목록을 만드는 사람도 있다. 케팔로니아에 가게 되면 페리를 타고 가는 동안 『코렐리 대위의 만돌린』을 다시 읽을 것. 콘월에 가면 『레베카』를 들고 절벽을 걸을 것.
Bookdot에서는 읽은 책마다 개인 메모를 남길 수 있다. 어떤 장면이 어떤 장소를 환기했는지, 읽은 뒤 찾아본 것들, 언젠가 가고 싶어진 이유. 시간이 지나면 독서 기록이 여행 버킷리스트가 되고, 결국 자신의 내면 지도가 된다.
읽은 책마다 남기는 작은 메모가 언젠가 당신의 여행 지도가 됩니다. Bookdot으로 시작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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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소설에는 무엇이 있나요?
- E.M. 포스터의 『전망 좋은 방』(피렌체), 엘레나 페란테의 『나의 눩라운 친구』(나폴리), 레베카 설의 『어느 이탈리아의 여름』(아말피 해안)이 대표적입니다. 각각 다른 이탈리아를 보여주지만, 세 권 모두 책을 덮은 뒤 이탈리아행 항공편을 검색하게 만드는 소설들입니다.
- 일본을 배경으로 한 소설 중 추천할 만한 책이 있나요?
-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의 숲)가 가장 유명합니다. 1960년대 도쿄의 캠퍼스와 재즈바, 가을 숲을 세밀하게 담아낸 이 소설은 세대를 넘어 독자들을 일본으로 이끌었습니다. 외국인에게 일본을 설명하지 않고 그냥 보여주는 방식이 오히려 더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 읽으면 여행이 가고 싶어지는 소설을 추천해주세요.
- 『바람의 그림자』(바르셀로나), 『모스크바의 신사』(모스크바 메트로폴 호텔), 『코렐리 대위의 만돌린』(그리스 케팔로니아 섬), 『작은 것들의 신』(인도 케랄라), 『레베카』(영국 콘월), 『연금술사』(모로코·이집트)를 추천합니다. 모두 배경이 이야기 자체가 되는 소설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