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이야기는 오랫동안 배경에 머물렀다. 연인 관계가 서사의 중심을 차지하는 동안, 두 여자 사이의 우정은 로맨스를 위한 조연으로 기능하거나 아예 시야 밖에 있었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 사이 흐름이 바뀌었다. 여성의 우정을 전면에 내세운 소설들이 연달아 독서 시장을 흔들었고, 그중 몇몇은 동시대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소설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이상화하지 않는다. 우정을 순수하고 따뜻한 관계로 그리는 대신, 그 안에 잠든 시기심과 자부심, 상실과 집착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가장 가까운 친구가 우리를 가장 잘 이해하는 동시에 가장 깊이 다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 이 소설들은 그 이중성을 결코 외면하지 않는다.
페란테와 기준점: 나폴리 4부작
이탈리아 작가 엘레나 페란테(Elena Ferrante)의 나의 눈부신 친구 (2011, 앤 골드스타인 영역)는 여성 우정 소설의 기준으로 꼽힌다. 나폴리 빈민가에서 자란 두 소녀, 엘레나와 릴라의 이야기는 4부작으로 이어지며 20세기 중반 이탈리아 역사 전체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두 사람의 우정은 경쟁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더 복잡하다. 엘레나는 릴라가 되고 싶으면서 동시에 릴라를 가지고 싶다. 이 불가능한 욕망이 4권 전체를 관통하는 감정이다. 나폴리 4부작은 감상주의를 단호히 거부한다. 두 사람은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지만 그 애정은 질투와 불안으로 끊임없이 뒤틀린다. 이것이 이 시리즈의 힘이다.
2권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2012)는 많은 독자가 시리즈의 정점으로 꼽는다. 릴라의 결혼, 그리고 엘레나의 대학 생활이 교차하면서 두 사람의 거리가 처음으로 실감나게 벌어지는 지점이다. 3권과 4권은 두 여성의 삶을 수십 년에 걸쳐 따라가며 혁명과 상실, 그리고 중년의 긴 실망을 통과한다. 4권 전체를 읽는 것은 현대 소설이 줄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경험 중 하나다.
비밀과 연대
리에인 모리아티(Liane Moriarty)의 빅 리틀 라이즈 (2014)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초등학교 학부모 커뮤니티라는 좁고 촘촘한 사교 공간을 배경으로, 매들린, 셀레스트, 제인 세 사람의 우정과 비밀이 한 범죄와 엮인다. 모리아티는 사회적 체면과 진짜 감정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여성들의 모습을 예리하게 포착하면서도 따뜻하게 감싼다. 표지의 느낌보다 훨씬 재밌고, 세 사람이 서로를 지키기로 결심하는 순간이 오래 남는다.
셀레스트 응(Celeste Ng)의 작은 불씨들 (2017)은 다른 선택을 한 두 여성 사이의 긴장을 다룬다. 질서 잡힌 도시에서 규칙 안에 살아온 엘레나 리처드슨과 유목민처럼 떠돌며 예술 작업을 하는 미아 워런. 두 사람의 관계는 계층과 인종, 모성에 대한 다른 인식이 부딪히는 전선이 된다. 응은 두 사람 모두를 이해하면서도 어느 쪽의 손도 들지 않는다.
한국 문학 속 여성의 관계
한국 문학에서 여성 사이의 관계를 가장 섬세하게 포착한 작가 중 하나는 최은영이다. 단편집 쇼코의 미소 (2016)에는 여러 여성들의 관계가 등장한다. 오래된 우정의 균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어떤 시절, 상대를 이해하고 싶었지만 끝내 실패한 기억. 최은영의 문장은 조용하고 정확하다. 거대한 감정을 직접 말하지 않고 대신 그 감정이 남긴 흔적을 찾아낸다. 페란테의 집착적 강도와는 반대 방향이지만, 그만큼 진실에 가깝다.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 (2016)은 우정 소설이라기보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기록한 소설이다. 그러나 김지영을 둘러싼 여성들 — 어머니, 언니, 동료들 — 이 보여주는 연대와 이해의 순간들은 이 소설을 단순한 고발 문학 이상으로 만든다. 여성들이 서로의 삶에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를, 그리고 그 근접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책은 조용히 증언한다.
테일러 젠킨스 리드의 여성들
테일러 젠킨스 리드(Taylor Jenkins Reid)는 여성 앙상블 소설의 명인이다. 데이지 존스 앤 더 식스 (2019)는 1970년대 록 밴드의 흥망을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한다. 리드는 록 음악의 스펙터클 뒤에서 여성 뮤지션들이 서로를 어떻게 지탱하는지에 주목한다. 데이지와 카렌의 관계는 직접적으로 서술되지 않지만 소설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유대다.
말리부 라이징 (2021)은 단 하룻밤의 파티를 축으로 여러 세대에 걸친 여성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에블린 휴고의 일곱 번째 남편 (2017)에서는 늙은 할리우드 스타가 젊은 기자에게 자신의 일생을 털어놓는다. 두 사람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형성되는 신뢰, 그리고 에블린의 과거에서 가장 중요했던 관계들 — 리드의 소설에서 가장 오래 남는 것은 언제나 여성과 여성 사이다.
시대와 인종을 가로지르는 자매애
브릿 베넷(Brit Bennett)의 사라지는 절반 (2020)은 백인으로 패싱(passing)을 선택한 자매의 이야기다. 함께 자랐지만 완전히 다른 삶을 택한 데지레와 스텔라 —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수십 년에 걸쳐 조금씩 넓어지지만, 그 단절의 고통은 끝내 사라지지 않는다. 다른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알았던 사람을 잃는 것이 어떤 감각인지를 베넷은 조용하고 정확하게 파고든다.
야아 걀시(Yaa Gyasi)의 홈고잉 (2016)은 더 긴 시간을 본다. 18세기 가나에서 갈라진 두 이복 자매를 출발점으로, 각각의 후손들을 한 챕터씩 따라가는 구조다. 세대를 건너 이어지는 여성들 사이의 연대와 이해, 전달되는 것과 사라지는 것 — 걀시는 여성의 우정이 단지 두 사람 사이의 일이 아니라 역사적 맥락 속에 뿌리내린 것임을 보여준다. 편한 소설은 아니지만 꼭 필요한 소설이다.
조용한 목소리들
더 작은 규모에서 작동하는 소설들도 있다.
샐리 루니(Sally Rooney)의 첫 소설 대화하는 사람들 (2017)은 스물한 살 프랜시스와 그녀의 전 연인이자 현재 친구인 보비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다. 두 사람의 우정 — 그 오랜 역사와 암묵적 합의, 결코 말하지 않는 것들 — 이 소설의 연인 관계만큼이나 흥미롭다. 루니는 여성들이 서로의 필요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무엇을 해주고 무엇을 숨기는지를 날카롭게 포착한다.
게일 허니먼(Gail Honeyman)의 엘레너 올리펀트는 완전히 괜찮아 (2017)는 우정의 부재에서 시작한다. 오랜 고립 속에서 살아온 엘레너는 자신이 외롭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조심스럽게, 천천히 형성되는 연결의 감각 — 이 소설이 보여주는 우정은 폭발적이거나 집착적이지 않다. 받아본 적 없다고 생각했던 것을 처음으로 받는 경험에 가깝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Elizabeth Strout)의 올리브 키터리지 (2008, 퓰리처상 수상)는 메인 주 해안가의 연작 단편으로, 고집스럽고 불편한 인물 올리브를 중심으로 한 평생에 걸친 여성 관계의 지형을 그린다. 비밀 공유도 없고 劇的인 화해도 없다. 같은 지역을 수십 년간 공유한 사람들이 서로에게 쌓는 종류의 이해 — 친밀함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 오래가는 앎.
이 소설들이 말하는 것
이 소설들은 솔직하다. 여성의 우정을 이상화하지 않고, 그 안에 있는 질투와 자부심, 상실과 기쁨을 있는 그대로 담는다. 이 관계들은 사회적 맥락 속에 있다 — 계층, 인종, 성별이 우정의 조건을 만들고 변형한다. 그리고 이 소설들은 하나같이 여성과 여성 사이의 관계가 한 삶의 가장 중요한 관계가 될 수 있다고 — 로맨스보다 먼저, 더 오래 — 조용히 주장한다.
페란테의 4부작처럼 여러 권으로 이어지는 시리즈를 읽을 때, 어디까지 읽었는지 기록해두면 훨씬 수월하다. Bookdot 앱으로 읽은 책을 기록하고, 시리즈 순서를 정리하고, 다음에 읽을 책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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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 여성 우정을 다룬 소설 중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작품은 무엇인가요?
- 엘레나 페란테의 『나의 눈부신 친구』(나폴리 4부작 1권)가 여성 우정 소설의 기준점으로 꼽힙니다. 한국 문학에서는 최은영의 단편집 『쇼코의 미소』가 섬세하게 여성들의 관계를 담고 있습니다. 국내에 잘 알려진 작품을 먼저 원한다면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도 여성 연대라는 측면에서 함께 읽을 만합니다.
- 여성 우정을 다룬 소설 중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이 있나요?
- 여러 편이 있습니다. 리에인 모리아티의 『빅 리틀 라이즈』는 HBO 드라마로, 셀레스트 응의 『작은 불씨들』은 훌루 드라마로, 테일러 젠킨스 리드의 『데이지 존스 앤 더 식스』는 아마존 프라임 드라마로 제작됐습니다.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은 이탈리아어 HBO 시리즈 'L'amica geniale'로 호평 받고 있습니다.
- 여성 우정이 소재인 소설을 왜 읽어야 할까요?
- 이 소설들은 여성의 관계를 이상화하지 않습니다. 질투와 자부심, 상실과 헌신이 동시에 존재하는 복잡한 우정을 정면으로 바라봅니다. 가장 가까운 친구가 우리를 가장 잘 이해하는 동시에 가장 깊이 다치게 할 수 있다는 진실—이 소설들은 그것을 솔직하게 말합니다.